57분 2001-02-23 금 나'(견미리)는 결혼한 지 6년 된 서른 두 살의 전업 주부이다. 한때는 꿈 많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거들떠봐 주지 않는 아줌마이다. 어느덧 평범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녀의 남편(김창완)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저 집과 회사만을 오갈 뿐인 착하고 이해심 많은 남자이지만, '나'의 불만은 바로 이 점이다. 어느 날, 이들 부부의 옆집에 젊은 신혼 부부가 이사온다.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지만, 드라마틱한 일상을 지내는 그들 부부의 모습에 '나'는 질투를 느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매일같이 그 집에서 과도할 정도로 싸우는 소리가 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늘 다음 날 아침에는 옆집 새댁이 멍든 얼굴을 한 채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거의 매일 같이 반복되자 '나'는 점점 더 옆집 신혼부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옆집 남자(김형일)는 술버릇이 고약한 편이었다. 술만 먹고 들어오면 아내(김나운)를 죽일 듯이 패대는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점은 아내 역시 지지 않고 남편에게 대들다가 한참을 두들겨 맞고는 또 이내 화해를 한다는 점이었다. 이 모습이 '나'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그 속에서 부부 사이의 정을 느낀 것이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나'는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옆집 부부의 스타일을 빌리기로 결심한다. '나'는 남편에게 맞기 위해 일부러 집안 청소를 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어질러 놓기도 하고, 남편에게 이유 없이 대들고.....그러나 아무리 해도 착한 남편은 되려 그녀가 저지른 문제를 말없이 수습하기만 할 뿐, 그녀를 나무라거나 때리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그녀는 옆집 남자의 예를 생각하며, 남편도 술을 먹으면 그렇게 폭력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남편에게 술을 먹여 보려고도 하지만, 술을 먹은 남편은 그대로 잠들어 버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