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알리 수잔데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애니메이션으로, 테헤란의 밤을 배경으로 상처 입은 어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엄격한 종교적 도덕률과 사회적 규범의 베일을 걷으면 드러나는 어둠의 세계를 그린다. 캐릭터들은 실사로 촬영된 연기자의 움직임을 한장 한장 선을 주워 그리는 기법으로 표현되어, 이란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을 담는다. 마약중독자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고 청각 장애아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일하는 성매매 여성, 남편의 허락없이 취업하려는 임산부, 지하클럽에서 일하는 음악가와 원나잇을 하는 결혼식을 앞둔 젊은 여성 등은 각자의 사연으로 서로 만나고 얽힌다. 사회적으로 엄격한 이란에서 여성은 어떤 모습으로든 희생자가 됨을 고발한다. 금기에 맞서 도전하는 개인의 슬픈 서사가 화려한 색감과 모던한 사운드로 이뤄진 스타일 위로 반짝거린다. (2017년 22회 부산국제영화제/정민아)